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타고르의 시 ‘초승달’ 역자 김양식 서문

초승달 (역자의 말) 

라빈드라나드 타고르(1861~ 1941)는 태어나면서부터 감수성과 상상력이 매우 풍부하고 꿈 많은 소년이었다. 소년 타고르는 아침마다 눈뜨기가 무섭게 마당으로 뛰어 내려가 이슬에 젖은 풀잎이나 풀꽃을 보고 그 향기에 취했으며 야자나무 너울대는 잎 사이로 눈부시게 비쳐 드는 아침햇살을 반가워했다. 또 해질녘에는 노을의 아름다운 빛을 받은 형형색색의 구름의 무한한 변화를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취하곤 했다.

그는 분명히 시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. 여덟 살 때 이미 여린 귀에 울려오는 나뭇잎 소리에, 빗소리에 그는 가슴을 두근거렸고 그러한 상황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을 시작했던 것이다.

 

빗방울은 후둑후둑

나뭇잎은 와삭와삭

 

이는 매우 단순한 표현이지만 어린 마음에 들려오고 보여진 한 줄기의 빛이라고 하겠다. 이처럼 예민했던 R. 타고르는 성장한 후에도 어렸을 때의 회상이 가득히 담긴 시편들을 계속 써 내놓았다. 그 가운데서도 여기 번역되어 나가는 <초승달>은 R. 타고르의 작품 가운데서도 어린이의 심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이해한 것으로, 자신이 마치 바로 그 주인공인 양. 참으로 섬세하게 어린이의 심리를 역력히 묘사하고 있다.

때 묻지 않은 맑은 어린이의 심성이 첫 장부터 끝장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우리의 가슴을 조용히 흔들어 주며 때로는 감동의 눈물도 흘리게 한다.

나는 시집 <초승달>을 번역하면서 몇 번이고 반복되는 아름다운 심성만이 줄 수 있는 깊은 감동을 느꼈다. 또한 어른이 된 R. 타고르의 감성이 이리도 소박하고 순수한 글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근본적으로 아름답다는 데 나는 찬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.

아이들의 천진무구한 상상력에 아버지로서의 사랑과 동정의 마음을 곁들여 이 <초승달>이 탄생한 것이라는 원작자의 말에 충분히 동의하고 싶다.

때로 잊히기도 하는 우리들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근본적 속성을 시인 R. 타고르는 참으로 섬세하게 그 실마리를 풀어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 주고 있다.

읽으면 읽을수록 이 시편들이 인간의 근원적 진리로 느껴져 옴은 웬일일까. 나는 그러한 매력 때문에 이 시집을 번역하게 되었나 보다. 나는 이번에 R. 타고르의 <초승달>을 출간한 진선출판사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.

지금껏 이 땅에서는 <초승달>이 단행본으로 나온 바가 없기 때문이다.

오늘을 사는 우리가 자꾸만 잃어가고 있는 본연의 인간성을 이 한 권의 시집 <초승달)에서 다시 길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나는 조심스레 가슴을 부풀려 본다.

 

1990년 11월

서초동 동산 기슭에서 역자 金良植

 

‘초승달’ 은 1975년 9월3일 등록되었고 1991년 2월 18일 발행된 시집입니다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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